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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퀴즈 출연한 윤여순 대표의 이야기 (feat. 윤여정)

 

 

TV 잘 안보는 제가 챙겨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뽑으라면 유퀴즈입니다. 오늘 그 방송에 배우 윤여정님의 동생 윤여순님이 출연했네요. 오늘 주제는 "포기를 모르는 끝판왕 자기님들" 인데 저는 유독 윤여순님이 기억에 남네요. 

 

 

LG 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자 CEO자리까지 올라간 윤여순님은 윤여정 배우님의 동생으로도 유명합니다. 세 자매 중 윤여정 배우가 첫째이고 윤여순 자기님은 셋째라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학을 졸업 했지만 그 당시 여성들이 그러했듯이 결혼을 해서 살림하다가 남편의 유학길을 따라 나섭니다. 요즘이야 외국에 나가면 할 것도 많고 정보도 많지만 그 당시 인터넷도 없던 시절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장학금을 받는 대학원생의 배우자에게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짜로 영어나 배워보자 하는 심정으로 미국 주립대학에 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석사를 넘어 박사학위까지 이어졌다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네요. 

 

 

그 사이 태어난 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취업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당시 박사학위를 받은 여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늦게 시작한 공부에 나이도 적지 않으니 교수로도 채용이 잘 안되던 중 모처의 대학에서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할 사람을 구했는데 기회임을 직감하고 열심히 한 결과, LG 인화원에 부장으로 스카웃 제의가 와서 입사했다고 하네요. 

 

그때 1995년 그녀의 나이 마흔살이었다고 합니다. 1995년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해서 새로 당을 만들어 3김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던 고려적 같은 시절인데 , 마흔살에 부장으로 바로 입사시킬 정도면 그녀가 비록 6개월짜리 단기였던 프로젝트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입사해서도 쉽지 않은 길은 계속됩니다. 여자 부장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던 시절 굴하지 않고 성과로 모든걸 보여주겠다던 그녀는 상무를 거쳐 전무를 달고 LG아트센터 대표까지 갑니다. 임원이 되서도 주변에서는 얼마 못갈거라는 말들로 수군거렸고 심지어 워크샵에서 여자가 왠 목청이 아침부터 크냐며 소리치는 임원도 있었다고 하니 요즘같으면 고소당할 일입니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고, 큰 소리로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한 발 물러서서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몇일 밤을 새도 안 끝날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윤대표가 20년 직장생활을 퇴임하고 "우아하게 이기는 여자"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일하는 여자가 일하는 여자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진솔한 코칭서로, 일 잘하는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담고 있으니 오늘도 육아와 일의 사이에서 힘들어 하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 집안은 세 자매인데 큰 딸은 오스카 상을 거머쥔 윤여정 배우이고, 둘째 딸은 뉴욕에서 교직생활을 하였고, 막내인 윤여순 대표는 국내 최초 여성 임원이라 하니 이쯤되면 유전자가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윤여순 대표는 잠쉬도 쉬지 않고 큰일 작은일 관계없이 늘 열심이셨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게 제일 큰 유산이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이 젊은 나이에 먼저 떠나고, 가지고 있던 땅과 재산도 다 사라졌지만 무너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딸 셋을 키워내셨다고 합니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말은 이럴때 쓰나봅니다. 

 

이른 저녁 책상에 앉은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어보게 됩니다.